서울에는 의외로 많은 조선 왕릉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들 왕릉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왕릉뿐만 아니라, 서울의 여러 지역명도 이러한 왕릉들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산군묘, 중종의 정릉, 문정왕후의 태릉, 경종의 의릉 등을 중심으로, 서울에 있는 조선 왕릉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겠습니다.
연산군묘와 회묘의 유래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근처에 있는 회기역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회기동이라고 하는 동네 이름은 바로 이곳에 연산군의 어머니였던 폐비 윤씨의 묘, 즉 ‘회묘’가 있던 자리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윤씨는 성종의 계비로 들어갔으나, 1479년 폐위되고, 1482년 성종이 내린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처음 그녀의 무덤은 경기도 장단에 조성되었으나, 연산군 때 지금의 회기동으로 천장되었습니다.
연산군은 즉위 후 자신의 어머니를 제헌왕후로 추존하며, 회묘도 ‘회릉’으로 승격시켰지만, 중종반정 이후 연산군이 폐위되면서 다시 회묘로 격하되었습니다. 1969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원당읍 서삼릉(西三陵) 경내로 이장됐으며, 회묘가 있던 자리에는 현재 경희대학교 경희의료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산군은 왕위에서 쫓겨난 후 강화도 교동도로 유배되었고, 유배지에서 죽었습니다. 그의 무덤은 교동도에 조성되었으나, 후에 부인 신씨의 요청에 따라 현재의 서울 도봉구 방학동으로 이장되었습니다. 이곳은 연산군의 사위였던 구문경의 선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연산군의 무덤은 그의 부인과 함께 쌍분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중종의 정릉과 문정왕후의 태릉
중종의 무덤인 정릉은 처음에는 고양시 원당리에 조성되었으나, 명종 때 문정왕후의 의지로 현재의 삼성동 선릉으로 천장되었습니다. 문정왕후는 아들 명종을 대신해 정치를 하던 시기에 중종의 무덤을 자신의 계획대로 아버지 성종의 무덤 근처로 옮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문정왕후는 결국 중종의 옆자리에 묻히지는 못했습니다. 중종의 무덤 자리가 자주 침수되는 문제로 인해, 그녀의 무덤은 현재의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태릉에 조성되었습니다.
태릉이라는 이름은 문정왕후의 무덤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곳에는 한때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시설인 태릉선수촌이 있었던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태릉선수촌은 2017년 충북 진천으로 이전되었지만, 태릉의 이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문정왕후의 무덤은 그녀의 뜻을 이루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녀는 죽어서도 중종과 가까운 곳에서 왕후로서의 역할을 이어갔습니다.
경종의 의릉과 순조의 인릉
서울에는 후기 조선 왕들의 왕릉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경종의 의릉입니다. 경종이 1724년에 사망한 후 그의 무덤은 양주 중랑포 천장산 자락에 조성되었으며, 이후 경종의 계비 선의왕후가 그의 무덤 앞에 함께 묻혔습니다. 경종의 의릉은 동원상하릉 형식으로 왕과 왕비의 무덤이 언덕의 상하에 자리잡고 있는 독특한 형태입니다.
또한, 순조의 인릉은 처음에는 파주에 있던 순조의 무덤이었으나, 철종 때 태종의 헌릉 옆으로 천장되어 지금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인릉과 헌릉은 함께 헌인릉으로 불리며, 이곳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효창원과 능동의 이야기
서울의 능동이라는 동네 이름은 어린이대공원 인근에 있던 순종의 첫 번째 왕비 순명황후의 무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순명황후의 무덤은 유강원이라 불렸고, 나중에 순종이 사망하면서 그의 무덤과 함께 남양주 금곡으로 이장되었습니다. 능동이라는 이름은 왕릉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조선의 마지막 왕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효창원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유명해진 문효세자의 무덤이 있는 장소입니다. 문효세자는 정조의 아들이자 후궁 의빈 성씨의 자녀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조는 의빈 성씨와 문효세자의 묘를 나란히 조성했으며, 효창원이 이곳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효창원은 일제강점기 때 서삼릉으로 이장되었으나, 효창동과 효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처럼 많은 조선 왕릉들이 흩어져 있으며, 각 왕릉은 독특한 사연과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왕릉들과 연관된 동네 이름들도 여전히 남아 있어, 서울 곳곳에서 조선 왕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왕릉을 탐방하며 서울의 역사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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